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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이야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에서

sunnyyoung 2012. 2. 9. 15:50

 

여행에 관한 책은 가 보지 못한 곳에 대한 한 개인의 경험과 에피소드, 그리고 현지에 관한 소개 등이 있어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언제나 흥미롭다. 그 중에 전국민이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인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재미있는 글솜씨와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써,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에 대해 국민적 교양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 책이 바로 6권까지 나온 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다.

 

'인간은 아는 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 만큼 보인다, 그러므로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이 쓴 말을 이 책의 저자 유홍준씨가 인용해서 유명해진 이 말은 특히 이 답사기를 읽으면 절대 공감을 할 수 있다. 역사 시간에 그저 시험 공부하면서 외웠던 명칭 정도의 지식에 재미있고 친절한 해설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곁들이면서 그 유물이 어째서 그렇게 훌륭한지에 대해 알게 하고 더 나아가 다른 유물에 까지도 그런 미적 기준에 의해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책에 나온 문화 유산을 관람할 때는 으례 작가의 시각과 해설에 의한 시선으로만 보게 된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이런 교양서를 낄낄거리며 웃으며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또 그 곳에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생각까지 들게 하니 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가장 마지막 나온 6권 거의 뒷부분에 보면 '충청도 기질'이라는 소제목에 나온 일화인데 이 대목은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충청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누구나 느리다는 점을 꼽는다. 그러나 그것은 동작의 문제라기 보다 마음의 여유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서울의 택시 기사가 공주에 갔는데 앞에 있는 충청도 차가 너무 느리게 가는 바람에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네거리 빨간 신호등에서 앞차 운전사가 차에서 내려 느긋이 서울 차로 다가 와서는 손짓으로 운전석 창문을 내려보라고 하더란다.

덩치가 우람해서 객지 와서 한 대 맞고 가나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정작 그가 열린 창문에 대고 하는 말은 아주 느긋했다고 한다

 

"그러케 바쁘믄 어저께 오지 그랬시유."

 

또 하나,

옆집에 놀러 갔다가 그 댁 주인이 여론 조사에 응대하는 것을 보았는데 좀처럼 자기 속을 보여 주지 않았다. 조사원이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김00 의원이 좋습니까, 이00장군이 좋습니까?" 하고 물었던 모양이다

이에 옆집 아저씨 대답이 명답이었다. "다들 훌륭한 분이라고 하대유"

-중략-

충청도 사람들 입에서 "글씨유"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틀렸다는 뜻이다. 더 큰 부정은 "냅둬유"이고 완벽한 부정은 "절단 나는겨"다 충청도 사람들은 '아니다' '안 된다'는 직접화법은 거의 쓰지 않는다. 부정적인 말을 나타낼 때는 꼭 "소용읎슈" 아니면 "틀렸슈"다.

 

부모님 고향이 충청도인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어휘이자 문장들이다.  공감도가  높아 나만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지도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