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復古的 으로

sunnyyoung 2012. 11. 18. 16:13

 <방 안에서 찍은, 세가지 색깔의 깃털을 가진 비둘기들, 나란히 앉아 있다가... >

 

 

 

 

 

老母께서 물려 준

낡고 오래 된 재봉틀 앞에 앉아 

옷감을 펼쳐 놓으면,

 

문득, 삶이

종잡을 수 없이 어지러운 색깔과 무늬로 된

형체불명의 천과 같아

 

색색의 실패를 준비해 놓고

무수한 희망과 고민 끝에

욕망의 갈래들, 사정없이

가위질에 조각조각 잘려 나가고

밑실과 윗실이 만나고, 엉키고 끊어지고

미숙한 솜씨로 뾰족한 바늘에

수없이 찔리다 보면

 

어느새 

블라우스는 블라우스가

바지는 바지가 아닐 수 없듯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그 어떤 무엇으로 

규정되는 것

 

낡은 재봉틀만큼

復古的으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