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소개하기

읽은 책에서 발췌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중에서

sunnyyoung 2010. 1. 27. 17:42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준다.

 

*늘 제기되는 한가지 문제는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 현실 사이의 관계이다.

 

*우리는 세상에 우리가 기대하는 것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아마 예술 작품에도 얼마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예술 작품에서도 상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순화와 선택이 이루어진다.예술적인 이야기들은 현실이 우리에게 강제하는 것들을 뭉텅 생략해 버린다. 예를 들어 기행문에서 화자는 오후 내내 여행을 하여 X라는 산 위의 작은 도시에 도착했고, 그 곳의 중세 수도원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에 눈을 떠 보니 아침 안개가 끼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결코 우리는 '오후 내내 여행'할 수 없다.우리는 기차에 읹는다. 배 속에서는 점심 먹은 것이 잘 내려가지 않는다.좌석 덮개는 회색이다.창 문 밖으로 들판을 내다 본다. 열차 안의 뒷자리를 돌아 본다. 의식 속에서는 불안이 맴돌며 북을 쳐 댄다. 맞은편 좌석 위의 짐칸에 놓인 옷가방의 화물 표지를 본다.-중략-차표가 어디 갔나 궁금해 진다.-중략- 이렇게 자세히 늘어 놓아도 '그는 오후 내내 여행했다'라는 기만적인 문장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맨처음 1분에 해당하는 이야기도 다 못한다.-중략-

 

그렇기 때문에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 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