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을
<맨 위에서 부터 사진 설명, 한림항, 올레15코스를 걷는 중 만난 돌틈 사이의 꽃, 막 익기 시작하는 감귤, 저무는 시간 집에서, 차귀도 포구와 그 곳 바닷가에서 말리는 오징어, 텃밭에서 저 혼자 큰 100%유기농 고추와 늙은 호박 말리는 모습, 그리고 덜 익은 피클용 토마토와 길에 떨어져 있는 주어 온 귤과 선물 받은 서각 작품 ㅎ>
복잡하고 정신없는 서울에도 가을은 왔을테고
저 깊숙한 산 중에도, 강원도 농막에도 가을이
점령군처럼 쳐들어 오고 있을테지만, 제주!
제주의 가을도 눈물나게 아름답다.
제주의 검은 현무암이 그어놓은 검은 선들과
초록의 밭과 티 한 점 없는 바람과 간간히 뜬 새털 구름
수천 수만의 투명한 화살이 쏟아지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햇살, 노릇노릇익어가는 감귤밭.....
1코스15코스 등 숫자가 붙은 올레길을 걷기도 하고
올레길을 걷다가 빠져 나와 그냥 어염집들 동네나 밭 사이를
걷기도 하고 그냥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길을 걷기도 한다
어디를 걸어도 이 아름다운 날씨는 영화 셋트장 같이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풍경으로 비추어 준다.
그리고 걷다 보면 시시로 만나는 바다
다이아몬드와 청옥과 블루 사파이어를 갈아
햇살과 버무려 뿌려 놓은 듯한 바다,
저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
집에서 얼른 나오라고 밖에서 자꾸 누군가가 불러대는 듯
쫒기듯이 집을 나서면 만나는 환장할 것 같은 풍경들
그 풍경 속의 한 점이 되어 섞이면 나도 그냥
백치처럼 단순해 진다.
복잡한 창고같은 머릿속을 말끔하게 비우고
다리가 부러질 듯이 아파도 멈춰지지 않는
마약같은 제주의 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