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쇠리쇠리한 저녁해를 바라보다

sunnyyoung 2015. 11. 5. 12:03

 

                    <협제 방파제에서>

 

 

 

 

 

<쇠리쇠리한 저녁해를 바라보다>

                            ㅡ 이선

 

비닐하우스에 비가 오시면

하우스 지붕에선

콩을 튀긴다.

얇고 텅 빈 몸뚱이로 빗방울을 받아내는

소리,

밤새 잠 못 이루게 하는 소리.

하우스, 집.

 

참새가 목이 마르면

가느다란 목으로, 풀꽃같은 주둥이로

눈꼽쟁이같은 물 한모금을 위하여

수없이 고개를 돌려 사방을 살핀다

 

풀에게도 권력의 함수는 있다.

풀이라고 다 힘 없고 별 볼일 없는 건 아니다.

힘 좋은 풀님이 자리 잡으면

작고 앙증 맞은 풀들은

자리를 비켜야 한다.

 

집도 꽃도 교목도 못 되는 그대가

참새처럼 풀처럼 하우스처럼 산 그대가

貧者의 오두막에서 비로소

여민 단추를 풀려고하니

 

*쇠리쇠리한 저녁해가 이미

기울고 있다.

 

*'눈부신'의 평북 방언, 백석의 '석양'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