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이쑤시개에 관한 想念 -S에게

sunnyyoung 2010. 2. 28. 23:25

 

 

 

어디 상상이나 되겠느냐만

 

한 때,

저 시베리아의 눈보라를 견디고 서 있던

속살 희디 흰 자작나무였거나

 

남태평양 짓푸른 바람에 휘날리며

해변을 도열하던 키 큰 야자나무라든가

 

더러는 수백년 동안

동구 밖 정자를 지키고 섰던

느티나무였었다면.

 

한 때는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기 위해

비바람 폭풍 속에 출렁거렸겠지

 

한 때는 꽃 피고

열매 맺기 위한 

숨막히는 절정의 시절도 있었을거야.

 

존재가 지닌 소숫점 아래의 무게도 없이

순식간에 부러지고 말 뽀족함 하나로

어둡고 냄새나는 구멍을

속속들이 더듬고 다니는 너의 현재를

 

스스로도 믿을 수 있겠니

그 형편없는 추락을

 

Emmanuelle's Theme / Ernesto Cortaz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