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인데 노상 비가 오니, 목공이나,

sunnyyoung 2016. 4. 26. 12:27

 

 

 

 

 

 

 

 

 

                

                <잡화를 넣을 케이스>

 

 

 

 

               < 간단한 용도의 선반, 실력이 일취월장ㅎ 나무만 좋은 거 있으면 기성품 비슷하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마당에서 고기 먹을 때 쓸 긴 테이블 ㅋ>

               

            <돌테이블용 간이 의자>

 

ㅡ 직접 만든 간이 옷장과 양념통,루바 조각으로 만든 케이스. 잘 몰라서 쩔쩔 매다 간신히 단 블라인드.

못 쓰는 나무 얻어다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모양이 나오면 ... ㅎ ㅡ

 

제주의 봄은 비바람과 함께 온다.

하루나 이틀 반짝 빛나는 날과 하루나 이틀은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이 거의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봄이 되면 일단 무작정 심어는 놓는 작물들이 굳이 물을 안 줘도 그렁저렁 게으른 집주인의 밭에서 살아 남는다.

 

대추나무, 사과나무,블루베리,복숭아,석류, 배롱나무,매실나무 묘목과, 토마토와 고추 묘종 조금, 상추씨에 열무씨 파종.

농약도 비료도 주지 않는 조그만 밭에서 벌레들과 영양 부족의 조밀함 속에서 살아 남는 것만 본다는 것이 게으른 텃밭

관리자의 생각인지라, 살아남는 종은 생명력이 엄청난 종이라 척박한 내 집 환경에서도 잘 살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ㅎ

 

작년에 수확하지 않은 채소들의 씨가 떨어져 절로 발아한, 상추,쑥갓,당근이 발아해서 원래 있던 미나리,달래,부추에다,

민들레,오가피,등의 풀들이 날마다 아침 식탁에 올라간다. 땅을 파면 덕분에 지렁이들이 우글우글, 나의 밭이 얼마나

건강한 밭인지를 증명하는 귀한 생명들이 흐믓하다.

 

노상 비가 오니 할일을 찾다 보니, 4년이나 된 커튼이 지루해서 블라인드를 주문했다. 다는 방법도 모르면서 무작정 일을 저지른다.

저지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 되면 전문가 부른다는 생각이지만.

설명서 보면서도 잘못 달았다 떼었다를 몇 번 하니 드디어.

거기다 쓰고 남은 나무로 부실했던 간이 옷장도 보완하고,

부엌에 양념 선반이랑 잡동사니 넣을 나무케이스 두 종류, 간이 의자 등을 만들었다.

정식 나무가 있다면 훨씬 그럴 듯 하게 만들었을텐데...

 

버려진 전기 재료를 이용 조명등도 만들었다. 밤에 켜면 매우 멋지다

그리고 이 모든 재료들은 쓰고 버려진 것들에다,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기쁨을 배가한다.

 

제주에서 고즈넉히 살아보니, 인생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를 절절하게 깨닫는다.

개미처럼, 참새처럼,굼벵이처럼 일하고 먹고 쉬고 잠자기를 반복하는 보통의 사람들.

더욱이 농사를 짓거나, 몸을 쓰며 사는 일은 더더욱 본능에 가까운 삶이다.

허허하고 무의미하지만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 나갈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