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 ㅡ '석류나무 곁을 지날 때는 ' ㅡ장석남
<흰 패랭이의 첫개화, 5월이 오면 뜰의 꽃들이 날마다 피고 또 피고,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찍고 또 찍고...>
<금계국, 노랑 코스모스와 비슷, 잎사귀로 구분한다고 한다>
<송엽국>
<허브 카모마일꽃>
<장미와 둥굴레꽃>
<당근꽃>
<꽃양귀비>
<석류나무 곁을 지날 때는>
ㅡ장석남
지난 봄에는 석류나무 한 그루
심어 기르자고, 봄을 이겼다
내년이나 보리라 한 꽃이 문득 잎사귀 사이를 스며 나오고는 해서
그 앞에 함부로 있기가 미안하였다
꽃 아래는모두 낭자한 빛으로 흘러 어디 담아 둘 수 없는 것이 아깝기도 했음을,
그 욕심이, 내 숨결에도 지장을 좀 주었을 듯
그 중 다섯이 열매가 되었는데
열매는 내 드나드는 쪽으로 가시 달린 가지들은 조금씩 휘어져 내리는 게 아닌가
그래 어느 날부터는 석류나무 곁을 지날 때는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그 중 하나가 깨어진 채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안팎을 다해서 저렇게 깨어진 뒤라야 완성이라는 것이 위안인 아침이었다
그 곁을 지나며 옷깃을 여미는 자세였다는 사실도 다행이었으니
스스로 깨어지는 거룩을 생각해보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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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의 첫 행 '안팎을 다해서 저렇게 깨어진 뒤라야 완성'
이 구절이 내게로 와서 콕 박힙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