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와의 전쟁
ㅡ종달리 수국길에서 ㅡ
나는 요즘 날마다 살생을 한다
발로 손으로 꾹꾹 눌러 산 목숨을 세상과 결별시킨다
매 순간마다 죄책감과 정당성이 충돌하고 갈등하면서.
처음엔 저들도 살기 위해 세상에 왔으니 침대에 올라와 가끔 물어도 그냥 살려 줬다.
한갖 미물들인데, 그리고 이런 나의 자비에 스스로 만족감도 좀 가졌다
옆집 할머니가 놀러와 개미를 죽이며 왜 이걸 그냥 두느냐고 이상한 얼굴을 하길래
속으로 할머니가 무정한 분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뜰에 나가 자세히 보니 날개 달린 암개미 수십 마리가
집의 지붕 속을 향해 행진하고 수백의 일개미들이 잔디밭이며 과일나무 줄기, 가지에 포진하고
집의 기둥과 잔디 마당과 텃밭 곳곳에 저택을 지어대고 수백 마리가 부산하게 기어 다니고 있었다
개미의 건축 실력과 그 무리의 막강함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그제서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결국은 농약성 살충제를 사다 개미집 입구에다 뿌리니 일시적으로 소탕이 되는 듯 하더니, 며칠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나와서 잔디 마당 여기저기를 파고 집을 짓기 시작한다. 알에서 깬 새끼 개미들까지
나와 집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깨알보다 작은 새끼들이 와글와글,
언제까지 이 이길 수 없는 전쟁과 살생을 해야하는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마당과 텃밭 전체에 농약 같은 걸 살포하는 방법 밖에 없지만, 그건 더 최악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ㅡ아직은 이라는 말에는 일말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ㅎ ㅡ
꽃이 피고 잔디가 있는 뜰
농약과 비료를 주지 않은 신선한 유기농 채소를 먹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댓가가 만만치 않다.
세상에 완전한 선은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신하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