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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 ㅡ김선우 '어떤 비 오는 날'

sunnyyoung 2016. 10. 20. 10:37

 

 

 

 

 

 

 

ㅡ사진, 신창리 해안 도로를 지나다 ㅡ

 

 

1

 

가지고 있던 게 떠났으면

가벼워져야 할텐데

 

꿈 없이 사는 일이

아주 무거워

 

꿈이 떠나서

몸이 무거워


2

세상의 물방울들아 쪼개진 것들아 쪼개져서도 흐르는 덜 자란 혁명의 격렬한 불면증들아 빙하에서 풀려난 물방울이 더러워진 허공의 상주가 되는 비애를 생각한다 빈방을 마저 비운 창백한 몸들아 물방울 하나씩에 사금파리처럼 꽂힌 핏물을 보게 된 오늘의 내 시력이 무겁구나 눈 속은 뜨겁고 빈방은 무거우니 오늘의 숙박부에 나는 이렇게 쓰련다

닥치시오, 나는 다만 물방울만한 방을 원하오



 

ㅡ김선우 '어떤 비 오는 날'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