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길고양이

sunnyyoung 2016. 11. 10. 15:28


ㅡ길고양이ㅡ
                                    이선


새끼 길고양이 서너 마리
하루에 두 세 번 나를 찾아온다
나를 보면 몇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채권자처럼 당당하게 앉아 

가만히 쳐다본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사다놓은 한 푸대의 사료때문

사람에 기대 살면서도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피하는
사람이 사람같지 않다는건지

사람이 자기들보다 下手라는건지

 

자존과 비참의 경계인

굶주림과 추위에도

사뿐한 발걸음과 

도도함이 수염 끝에 서린 길고양이

인간의 찌꺼기를 먹을지언

비루한 인간에게는

곁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