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일기

농막일기 18 - 오랜만의 농사, 모종심기

sunnyyoung 2010. 5. 18. 22:12

 

 

 

          <목재소에서 직접 사다가 그라인더로 다듬어 만든 다탁>

 

 

 

몇 달만인가?

작년 가을에 갔다온 후 올해 처음이다. 겨우 일박이일. 몇달 만에 가면서 일박이일은 즐거움보다 부담감이 먼저 앞선다

집은 얼마나 황폐해지고 밭들은 또 얼마나 많은 잡초로 뒤덮였을 것이며 겨우 일박이일에 무슨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튼, 지금 이 시기를 보내면 그나마 조금 심던 작물들은 시기를 놓쳐 버릴 것이다. 무리하게라도 시간을 내서

가야했기에 짧은 일정으로 고고씽~.

 

복숭아꽃 앵두꽃은 봐 주는 이 없이 홀로 피었다 지고, 딸기는 속절없이 꽃을 달고 빈터를 점령군마냥 넓게 번지고 있었다

재작년에 한 열개 심었었는데 지금은 엄청난 속도로 지난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심어 두고 겨울추위

와 봄 여름성장기에 전혀 손길을 주지 않았는데도 아직 살아 남아 잘 크는 나무들을 열거해 보면 복숭아 나무, 매실나무,앵두,

백오디가 열리는 뽕나무, 배나무 감나무 오가피나무 드릅나무이다. 그리고 꽃나무로는 벚나무 꽃단풍 은행나무이다.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참고할 만한 것 같다. 나무들 혼자 힘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고추모종 백주, 토마토  30주, 고구마모종 100개, 그리고 쑥갓,수박 참외 조금, 작년에 받아 두었던 호박씨, 코스모스 백일홍

꽃씨를 뿌렸다. 묵은 숙제를 해 치운 것처럼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오랜만의 노동으로 몸은 녹초가 되었지만

아궁이에 뜨끈하게 불을 지피고 황토구들장 열샤워를 한 덕분인지 예상보다 근육통이 별로 심하지도 오래 가지도 않는다.

이 밭에 심겨진 식물들은 이제부터 땅과 하늘의 관리를 받으며 홀로 살아 내야 할 것이다. 요즘 일이 바빠서 자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간에도 그런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고 맛있고 깨끗한 무공해 수확을 즐겨 왔으므로 올해도 마찬가지

로 홀로 잘 살아내어 내게 방치농업에 대한 확신을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니까.

 


George Philip Telemann (1681-1757)
Trumpet  Concerto D major, TV 54 no D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