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어떤 하루, 인사동에서 광화문

sunnyyoung 2010. 11. 1. 15:16

 

<어떤 하루, 인사동에서 광화문>

                           ㅡ이선        

 

한 사람을 떠나 보내고

떠난 뒤에 남는

곧 지워질

그 가벼운 슬픔을 짊어지고

낡고 오래된 것들을 만나

짧은 만남을을 애도하는

의식의 거리, 인사동거리를

기웃거린다 

 

주정뱅이가 때려부수다 남긴 듯

새 빌딩 틈 속에 초라하게 남겨진 청진동 옛골목  

혼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밖에 없는 왁자한  낙지집에서

입 속에 불이 붙는 시뻘건 낙지를 먹으며

예기치 않게 마음의 문지방을 넘은

넘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맵고 불타는 생각을 씹어 삼킨다.

 

천천히 걸어서

낯설게 바뀐 광화문으로 향한다

타인의 생각으로 내 안의 잡념을 지울 수 있는

서점, 교보문고에서

쭈그리고 앉아 두어권 책 속으로

마음을 피신시킨 후

문정희의 내면과

레나드코헨의 목소리를 산다.

 

오래된 거리, 추억의 골목길 

인사동도 변하고 청진동과 광화문도

낯선 도시로 변해가는데

넘어서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의 모호한 경계선처럼 

묵은 거리와 새 길을 양쪽으로 끼고 

바이 갈 곳 모르는

굳은 쑥떡같은 나날에

또 하루를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