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에 설치한 가로등 ㅎ >
<사랑하는 사마천 당신에게>
-문정희
-투옥당한 패장을 양심에 따라 변호하다가 남근을 잘리는 치욕적인 궁형(宮刑)을 받고도 방대한 역사책 '사기(史記)를
써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해 낸 사나이를 위한 노래-
세상의 사나이들은 기둥 하나를
세우기 위해 산다
좀 더 든든하게
좀 더 당당하게
시대와 밤을 찌를 수 있는 기둥
그래서 그들은 개고기를 뜯어 먹고
해구신을 고아 먹고
산삼을 찾아
날마다 허둥거리며
붉은 눈을 번득인다
그런데 꼿꼿한 기둥을 자르고
천년을 얻은 사내가 있다
기둥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사내가 된 사내가 있다
기둥으로 끌 수 없는
제 눈 속의 불
천 년의 역사에다 당겨놓은 방화범이 있다
썰물처럼 공허한 말들이
모두 빠져 나간 후에도
오직 살아있는 그의 목소리
모래처럼 시간의 비늘이 쓸려 간 자리에
큼지막하게 찍어놓은 그의 발자국을 본다
천 년 후의 여자 하나
오래 잠 못 들게 하는
멋진 사나이가 여기 있다
한 인간이 당한 지독한 불행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역사에 남을 업적으로 운명를 바꾼 위대한 사나이 '사마천'에 대한 칭송의 시
기둥이 지닌 이중적 의미가 이 시의 핵심 포인트?
'좋은 시와 글 소개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특한 시 -오규원의 '프란츠 카프카' (0) | 2012.07.02 |
---|---|
읽은 책 중에서 -스파르타의 유머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ICON(아이콘)' 에서 발췌 (0) | 2012.04.23 |
좋은 시 -'그대 생의 솔숲에서' -김용택 (0) | 2012.02.24 |
재미있는 이야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권'에서 (0) | 2012.02.09 |
공감의 시 -미당 서정주님의 '祈禱(기도) 1' (0) | 2012.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