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을 위한 패러디>
ㅡ 이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꽃이여, 별스런 시선도 없지만 화려한 다홍색 꽃무리 무더기로 피어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데 뜨락에 무리 지어 날아와 꽃 속에 코를 박고 있는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 심지어 나방이와 파리도 가까이 오지 않는구나 늦은 오후에 피어 밤새 향기를 날리다 아침이면 긴 잠에 빠져 드는 꽃이여, 청담동 건물 지하로 저녁 출근하는 *내 누이 같은 꽃이여 *그 색과 향기가 너무 고와서 서러워라 송이송이마다 씨를 남기고 비장하게 떨어지는 꽃이여, 울지마라 꽃이여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노천명의 '사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조지훈의 '승무'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