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8

2025.6.28. 맑고 덥다

중부 지방이랑 육지는 비가 온다는데 제주는 습한 더위에 실내 온도계가30도. 그래도 바람이 불어 좀 낫다.연속 쾌청한 날이라 모처럼 묵혀 둔 이불들 빠느라 세탁기가 분주한 날.밝은 햇살 아래 긴 빨랫줄을 매고 줄 중간에 나무 장대를 걸쳐 힘을 받게 하고 이불들을펼쳐 널면 마당 넓은 주택이 주는 최고의 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여름이 오니 흙에서 사는 식물들의 기세가 하늘을 찔러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뒤덮혀 좋기도, 답답하기도.땡볕에 물 주는 일도 힘 들어 시들거리는 작물들을 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그 중에 적응 못 하는 애들은 사망각. 빽빽한 나무와 식물들 속에서 존재감 없이 나왔다가시들고 마는 작물을 보면 왠지 인간 세계의 한 단면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2025.6.23. 맑음 ㅡ취미 생활

비 오고 바람 불고 난 후, 오랜만에 날씨가 화창하니뜰에 난리법석이,흰나비가 열 마리 넘게, 호랑나비 세 마리, 벌,꽃등에까지 날아 와서오직 엉겅퀴꽃에만 붙어 있다. 보통은 잠깐 머물다 가는데 오늘은 몇 시간 째,막 피어 난 백일홍에 향기 짙은 치자꽃까지 열종류 정도 꽃이 피어 있는데 유독엉겅퀴에만, 이유가 참 궁금하다. 매일 집에만 있다보면 가끔 바깥 생활을 해야할 것 같아 작년에 들었던 재활용취미 강좌에 등록했다.실크 스캔이란 낯 선 작업. 도안이 그려진 판을 입던 면 티셔츠에 올려 먹물로 문양을프린트하고, 나머지 여백에 쪽물을 입히는 작업을 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프로그램이3개월간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된다.경험치가 많은 나이라 새로운 것, 미지의 것이 아니면 흥미가 없다.뭐든 잘 모르는 새로운..

2025.6.17. 맑고 바람 분다 ㅡ몸을 쓰는 일

화창하지만 바람은 습기를 머금었다.제주에선 얼굴에 보습제를 바르지 않아도 될 만큼 습기가 많다공기청정기나 가습기는 없어도 제습기는 필수 가전이다. 옆집 아줌마는 귤밭을 몇 천평 이상 가지고 있다.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거의 혼자 초인적으로 귤이며 기타 농사를 지었는데3,4년전 드디어 몸에서 신호가 와 뇌수술, 눈수술에 걸음도 빨리 못 걷는 지경,재산은 자식들에게 다 분배하고, 병 든 몸만 남았다.나와 나이 차이도 별로 없는데. 텃밭에서 허리 숙여 풀 뽑고 전정 조금 하고 나면 절로 허리가 굽어져 바로 걷기 힘 든다잔디마당에서 쭈그리고 앉아 잡초뽑기 좀 하고 나면 무릎이 잘 안 펴진다.운동은 하고 나면 개운한데 노동은? 살아보니 뭣이 중헌지, 뭣이 쓸데없는 집착이었는지가 이제는 명확하게 보인다.그러나..

2025.6.12.비 . ㅡ뻐꾹새

제주는 장맛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제주의 비는 서울의 비와 달라 왔다하면 미친 듯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걱정이 앞선다. 집 안에 갇혀 뭘 할까 하는 궁리와 함께. 며칠 전부터 뻐꾹새가 운다.새의 소리는 대체로 기분 좋은 소리지만 그 중의 뻐꾸기는 묘하게심금에 와 닿는다. 알을 직접 키우지 않고 다른 새둥지에 몰래 밀어넣는다는속성을 안 뒤, 뻐꾸기가 울면 얌체새가 우는구나 했는데, 불가피하게 안 좋은 DNA를 가지고 태어난 생명체는 인간이든 동물이든그들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다만 내게 걸리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보장할 수 없는 일.

2025. 6.8. 흐림 ㅡ비둘기 둥지를 짓는 일에 대해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다 만다.조금만 더 오면 텃밭 채소 모종들에게 물 주는 수고를 면제 받는데. 앞뜰의 야자수 나무 꼭대기에 비둘기가 집을 짓고 있다. 한 녀석은 지푸라기 같은 것을열심히 물어오고 한 녀석은 그걸로 건축 중이다.뭘 모르던 시절에는 무조건 좋아라 했다. 그런데 몇 년 전,제비가 대문간에 있는 공방 처마에 새끼를 낳아 놓고 내가 드나들 때마다 낮게 내 머리 위를 날며,경계성 위협을 하던 받아본 경험이 있는지라 저 비둘기 부부에게 집을 허용해야 할지 말지....... 자연이건 사람이건 몇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아야 아름답다.풍경이 아름다운 건 존재하기 위한 치열함과 비루함이 보이지 않기때문이다 농부들에게 밭에 나는 꽃과 새가 박멸 대상이듯,利害가 개입되면 아름다움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2025.6.5. 화창한 날ㅡ뱃살

장마와 태풍을 품은 6월의 맑은 날이다.인생의 경험치가 무진장 쌓이니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보는 시력이 사라졌다.다시 말하면 순수성을 잃은 것이겠지만. 유투브나 T.V 등에서 나이가 들면 단백질을 비롯, 매 끼니 규칙적으로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배 안 고파도 끼니마다 열심히 잘 먹었더니뱃살만 늘어났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낯설다. 2,30년 전에 입던 옷도 너끈하게 소화시키며 입었는데, 웬,옷도 작아지고 태도 안 난다. 이런!이건 아니다싶어 다시 원래대로 배 고파야 먹고, 고기류 줄이고 있는 중.좀 덜 먹고 날렵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식욕이 넘치는 것이 아니니까.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는 초반의 교정은 매우 쉽다. 그런데 미루다가선을 넘으면 돌아올 수 없을 때가 많다.

2025.6.3. 어제 비 온 후 맑음ㅡ투표

6월 3일 대통령 투표일나는 사전 선거를 일찌감치 했다. 대통령이 누구든 큰 영향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도 많다.그래서 과거에는 한 표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 투표일을 공휴일로 생각해투표하지 않고 놀러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개개인의 한표가 불법한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큰 물살이 된다는 것을이제는 안다. 무지도 불법이다.6~70년을 넘게 살았는데도 사태의 본질이나 진실을 파악할 줄 모르는 것.

2025.6.1. 맑다.ㅡ쳇GPT

6월이 되었다.별일 없는 자의 시간은 말 그대로 속절없다"속절없다"의 정확한 뚯은 어떤 일을 이루거나 막을 방법이 없어허무한 상태를 의미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쳇 GPT 앱을 깔았다.세상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AI 시대에 너무 모르면 안 될 것 같아그 흐름에 발가락이라도 담궈보려고. 근데, 아뿔사, 세상일에서 비켜나 있으니 쳇GPT에게 물어볼만한 당면사가 없다.그냥 다른 사람들의 사용 후기만 보고도 대충 그 기능이나 역할을 짐작해도 충분하다.쳇, 저지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