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분꽃을 위한 패러디>

sunnyyoung 2020. 9. 14. 11:52

           

           

 

             <분꽃을 위한 패러디>

                                                  ㅡ 이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꽃이여,
별스런 시선도 없지만

화려한 다홍색 꽃무리
무더기로 피어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데
뜨락에 무리 지어 날아와 꽃 속에 코를 박고 있는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 심지어 나방이와 파리도
가까이 오지 않는구나

늦은 오후에 피어 밤새 향기를 날리다
아침이면 긴 잠에 빠져 드는 꽃이여,
청담동 건물 지하로 저녁 출근하는 *내 누이 같은 꽃이여

*그 색과 향기가 너무 고와서 서러워라

송이송이마다 씨를 남기고
비장하게 떨어지는 꽃이여,
울지마라 꽃이여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노천명의 '사슴'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조지훈의 '승무' 정호승 '수선화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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