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할머니' <북촌 바다 저녁 갈매기들> <3층 할머니> ㅡ 이선 바닷가 4층 건물의 3층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인사를 하면 어디 사느냐고 물으신다 2층에 산다고 하면 당신과 같은 건물에 산다고 반가워 하신다 얼마 지나서 다시 인사를 하면 어디 사느냐고 물으신다 살기 좋은 곳에 잘 왔다며 .. 나의 시 2017.02.14
로~즈, 마리 <로즈 마리꽃,아기 모종을 얻어다 심은 지 3년만에 처음으로 꽃이 피었다. 얼마나 이쁘고 신통한지!> <로~즈, 마리> ㅡ 이선 현세에선 이미 이도 저도 아닌 싱거운 인생으로 판정이 내려질 것 같으니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라고 한다면 꽃으로나 잠깐 왔다 가리 달아오른 숯덩이같.. 나의 시 2016.11.20
길고양이 ㅡ길고양이ㅡ 이선 새끼 길고양이 서너 마리 하루에 두 세 번 나를 찾아온다 나를 보면 몇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채권자처럼 당당하게 앉아 가만히 쳐다본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사다놓은 한 푸대의 사료때문 사람에 기대 살면서도 사람과 거리를 두고 사람을 무서워 하지 .. 나의 시 2016.11.10
새에 대한 착각 <북촌 마을 석양> <새에 대한 착각> ㅡ 이선 새벽 네시 반 경이 되면 부지런한 첫 새소리가 들리고 다섯 시쯤 되면 밖은 장터처럼 소란해진다 뜰을 공유하다 보니 가끔은 새들의 대화를 통역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른 새벽. 새들의 속사정을 모른다고 저마다의 다른 목.. 나의 시 2016.11.10
다시 또, 가을 <가을> ㅡ이선 펄펄 끓어 넘치던 시절이 가고 방아깨비 새끼를 업고 풀석 뛰듯 가을로 넘어 왔구려 뜨락이 온통 가을꽃천지 새소리 벌레소리 천지가 생명의 소리로 넘치고 무사 안녕한 내가 무엇이 부족하겠느냐만, 다만 속이 체한 듯 밥을 좀 덜 먹은 듯 좀 추운 듯, 뭐라 표현하기 .. 나의 시 2016.10.04
거미 아슬한 줄 하나 기대 全 몸뚱이를 바쳐 숨길 것 하나 없는 허공 중에 숙성된 포도주 냄새처럼 가벼운 집 빗방울이 시나브로 흔들어 대면 때론 얻어맞고 때론 피하다 기어이 물빛 영롱한 구슬을 품은 집이 된다. 지독한 외로움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빈틈 많은 거미의 집처럼 떠날 것은 떠.. 나의 시 2016.09.26
존재의 본질 <바닷가 마을은 수시로 짙은 안개로 뒤덮인다.> <운 좋게도 가끔 바닷가에서 잘 수 있는 손바닥만한 집이 생겼다. > 〈존재의 본질〉 ㅡ이선 텃밭에서 깻잎을 솎아 내거나 상추를 뜯다 보면 일생을 기면서 사는 벌레들과 수백년 생애를 오로지 한 뼘 흙에서 피고 지는 나무 뿌리가.. 나의 시 2016.06.14
한림 기름집 <산책 중, 길에서 채취한 패랭이 꽃씨를 아무렇게나 뜰에 묻었는데 첫 꽃이 피었다. > <허브, 캐모마일의 오늘 첫 개화> <노랑 코스모스 오늘 첫 개화> <무씨앗을 뭉텅 흙에 묻었더니 우수수...> <당근꽃> <쑥갓꽃,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꽃도 보고 나물도 먹고> <.. 나의 시 2016.05.22
옆집 할아버지 <東家食西家宿, 요즘 일이 있어 자주 가는 조천 바닷가에서> <옆집 할아버지> ㅡ 이선 뇌졸증으로 쓰러졌었다는 옆집 할아버지는, 날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걷기 놀이를 하는 것이 하루의 전부입니다. 아주 아주 천천히 벽을 타고 오르는 송충이나 굼뱅이, 아니면 거미.. 나의 시 2016.04.17
生의 부조화 ㅡ3인칭 시점으로 <조천 바닷가에서> <生의 부조화> ㅡ3인칭 시점으로 ㅡ이선 하얀 등대도 보인다 갈매기도 무리를 이루어 나는 바다가 보이는 집 촉촉하게 봄비 내리는데 한 여자가 이층에서 베란다 문을 열고 앉아 있다. 바라보니 무언가를 먹고 있다. 적막하게 혼자서 無伴奏로 먹고 있다 無彩.. 나의 시 201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