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家食西家宿, 요즘 일이 있어 자주 가는 조천 바닷가에서>
<옆집 할아버지>
ㅡ 이선
뇌졸증으로 쓰러졌었다는
옆집 할아버지는, 날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
걷기 놀이를 하는 것이 하루의 전부입니다.
아주 아주 천천히 벽을 타고 오르는
송충이나 굼뱅이, 아니면 거미처럼
느릿느릿 걷습니다
아니 그들보다 더 느릴 때도 있습니다
어떤 날은 꼼짝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 놀이도 자주합니다.
가끔
푸른 하늘을 바라 보거나
공중을 나는 제비를
올려다 보기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날마다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채울 것 없는 여백의 시간을
진양조로 걸으며
안단테로 시간을 돌려 보냅니다
여느 날처럼 버스 정류장 쪽으로
자벌레처럼 발자국을 세며 걷다가,
멀리 버스가 오니 갑자기
할아버지가 뛰어 갑니다
옷자락을 날리며
소년처럼 달려 갑니다
내가 언제 그랬느냔 듯이
날아 갈 듯 뜁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면
지금 버스 정류장에 가야 합니다.
버스가 떠나기 전에.
머뭇거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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