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한림 기름집

sunnyyoung 2016. 5. 22. 13:21

                <산책 중, 길에서 채취한 패랭이 꽃씨를 아무렇게나 뜰에 묻었는데 첫 꽃이 피었다. >

 

 

 

               <허브, 캐모마일의 오늘 첫 개화>

               <노랑 코스모스 오늘 첫 개화>

               <무씨앗을 뭉텅 흙에 묻었더니 우수수...>

                <당근꽃>

 

                <쑥갓꽃, 도랑 치고 가재 잡고. 꽃도 보고 나물도 먹고>

 

               <원색의 화려한 잔치가 벌어지는 5월의 뜰, 아직 개화하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많다> 

 

               

 

 

 

                <직박구리 잡아 먹은 녀석, 길고양이들이 대여섯 마리 이상이 내 집을 드나든다.

                  그 중 한 마리는 작년에 이어 천장 위에다 새끼를 또 낳고 나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녀석은 작년에 낳은 새끼인 것 같다.> 

 

 

<한림기름집>

 

                             ㅡ이선

 

진다방 옆 한림기름집은

대체로 문이 닫혀 있다

 

960번  읍면중산간 순환버스를 타고

주유소 앞 정류장에 내리면, 가끔

고소한 냄새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한림기름집은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다

 

기름집 옆 새로 생긴

막창집이랑 삼겹살집

뿌연 연기를 피워 올리며

지그지글 살 타는 냄새가

저녁마다 읍내를 채우는

제주 한림매일시장 옆 한림기름집은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다.

 

해, 달, 바람, 비의 精을 품은

수천 개 씨앗을 불에 달궈 짠

본질적 순수의 액체

진하디 진한

원형의 순결한 액기스.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복제의 세상에서

순도 백퍼센트,

순수한건지 순진한 것인지

헷갈리는 지금

 

이제 순진짜를

그리워하는 마음의 진부함도

접어야 할 때  

 

진다방 옆 한림기름집은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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