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새에 대한 착각

sunnyyoung 2016. 11. 10. 14:15

 

<북촌 마을 석양>

 

 

 

<새에 대한 착각>

                           ㅡ 이선

 

새벽 네시 반 경이 되면
부지런한 첫 새소리가 들리고
다섯 시쯤 되면 밖은 
장터처럼 소란해진다
뜰을 공유하다 보니
가끔은 새들의 대화를 통역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이른 새벽.

새들의 속사정을 모른다고
저마다의 다른 목소리로, 
갖가지 의미의 새소리를
그냥 지저귄다라고 말하는건 좀 우스운 일이다
장박새는 장박새의 말로
직박구리는 직박구리의 언어로
휘파람새는 휘파람의 혀굴림으로
그대는 그대만의 자음과 모음으로
모두 제각각의 방식으로
제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무작정 한데 묶어서 지저귄다거나
운다거나 노래한다거나 하는 일은
새를 아주 무시하는 일이다


마주앉은 당신과 나의 말이 
허공에서 엇갈려
마음을 전할 수 없듯
새들의 말을 듣지 못하는
그대의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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