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일기

농막일기 49, 제주편 -텃밭 농사

sunnyyoung 2013. 6. 3. 19:26

강원도의 농막은 뒷전이고 -이미 파종 시기도 놓쳤다-

올해는 제주 텃밭 가꾸는 것으로 농사꾼 실습이 이어진다.

이웃에 전문 농사꾼 할머님들이 많이 계셔서 농사 규모는 작아도 일은 좀 확실하게 배울 수 있으려나?

어쨌든 엉터리지만 강원도의 농사 경험이 있어 그런대로 할 만하다. 밭이 집 안에 있으니 좀 더 충실히 할 수 있어 좋다.

 

씨가 땅에서 새싹을 내미는 순간을 보는 것과, 새 아기가 탄생하는 순간의 경이로움이 비슷하다고 하면 인간 모독일까?

새생명의 탄생이란 점은 같으니...ㅎ

 

텃밭에서 일을 하는 것은 저런 새생명들의 보이지 않는 신호들에 저절로 이끌려서이다.

허리, 다리 아프고 얼굴도 타고 손은 수세미처럼 거칠어지는데도 텃밭으로 발걸음이 수시로 향한다.

 

'하기 싫거나 체력이 안 되면 하지 말자' 가 나의 노동의 대전제이건만 이것이 좀 어렵다

수시로 땡볕에서 잡초 뽑고, 물도 날마다 줘야 하는 일도 어렵지만 -당연히 농약이나 제초제는 금지- 

이 생명들을 제때 제때 따서 먹어주는 일도 만만치 않다.

딸기는 제때 안 따면 상하거나 벌레님들이 잽싸게 침 바르고, 배추나 열무 시금치, 부추 달래 미나리도

따는 시점을 지나면 쇠거나 벌레가 낀다.

그런데 날마다 이걸 어떻게 다 먹나?  배부른 고민이 ... 아깝게 밭에서 그냥, ㅠㅠ

 

서울에 올 때도 이것들을 따서 가져 오느라고 낑낑, 돈으로 치면 정말 몇 푼 안 되지만 그냥 버려둘 수 없어서,

우아하게 여행 가방을 끌며 공항을 나오는 일을 포기했다

 

 

<텃밭과 꽃밭에서 나와 동거하는 식구들이 무지막지하게 많지만 그 중 일부의 사진이다>

 

<열무씨 배추씨 시금치씨 고추씨를 뿌려 다 싹이 났다. 사진은 열무싹과 얼갈이 배추싹이 막 나오고 있는 모습.

강원도에서는 늘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제주는 따뜻해서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나 뿌리들이 살아 있다가 봄이 되니 또 나온다. 파, 달래 부추,들깨 상추 미나리, 딸기등이 절로 ㅎ>

<첫딸기>

<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여름 장마와 태풍에 얼마나 견디려는지.>

<무우꽃>

<작년에 떨어진 들깨가 저절로 싹이 난다>

<둥글레꽃과 뒤에 두고 보고싶어서 못 따는 노란 낑깡이 보인다>

 

 <야자수꽃>

 <감귤꽃, 짙은 라일락 향기와 비슷한 내음이 온동네를 감싼다>

 

 

   

   

Mozart "Abendempfindung" K523 soprano Sibylla Rub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