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착시 (錯視)

sunnyyoung 2015. 10. 7. 17:33

 

                                            <얼음 결정체같이 생긴 당근꽃>

 


아주 가끔 사람이 그리운 날엔 

봄날,좋은 아침, 피터팬, 같이 보드라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 나간다.

통성명도 하고 자기 소개도 한 후

맛난 음식도 먹고

함께 소주도  마신다.

그윽하고 예의 바르게 처음처럼 몇 잔 마시다 보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의 얼굴은 서서히 사라지고

모가지 위로 삐죽 

삼각형,사다리꼴, 네모,동그라미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모형틀만 보인다.

술을 너무 마셨나,

냉수를 들이켜고 정신을 가다듬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감히 범접할 수 없이 완고한 틀만 보여

당황스럽고 숨이 막혀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발병하는 나의,

몹쓸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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