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제주바람.2

sunnyyoung 2014. 10. 12. 04:48

 

 


 

 

 

 

<사진 ㅡ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강시처럼 나도 모르게 밖으로 향한다. 어둠이 내리는 밤의 풍경이 축복처럼 펼쳐져 있다>

 

<제주바람.2>

 

무시로 섬을 흔드는,

감히 저항할 수없는

절대 권력, 제주 바람

섬에 발을 내린 모든 존재들은 

춤꾼이 되어야 한다 

 

바람을 거스리다 뿌리째 뽑히지 않으려면

바람의 발가락에 입맞춤이라도 하려면

자이브나 탱고를 몰라도

바람의 생각대로

바람의 명령대로

바람에게 무릎을 꿇고

춤을 추다보면

절로 춤이 되고

이사도라 덩컨의 스카프가 된다

 

하늘로 치닫는 키 큰 야자

오백살도 넘은 늙은 팽나무

새빨간 열매를 달고 절정에 오른 먼나무

땅을 기는 어린 야생화

예외없이 술에 취한 듯, 마약을 한 듯

우줄우줄, 에샤빼굿베팟세,

 

그들을 따라

마음의 모든 짐을 부려놓고

중력을 벗어난 풍선처럼 부풀어

한량없이 흔들흔들 바람과 몸을 섞고

바람에 육신을 맡겨야 한다.

 

섬의 절대 권력, 광기 어린 바람의

성역에 두려움없이 승차하려면. 

 



No Woman, No Cry
안돼요, 여인이여, 울지 말아요
(Live At The Lyceum, London/1975)
Bob Marley (1945~1981) And The Wail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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