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녁, 제주집에서 그냥 동네를 산책하다 찍은 풍경>
그대는
어릿광대의 모자를 쓰고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꿈의 단추를 벗긴다
그대는 검은 예복을 입고
평화로운 집의 문패를 흔들고
저문날의 황혼녁이나
낙숫물 떨어지는 처마 끝에서, 혹은
나른한 하오의 햇살 틈을 비집고
끊임없는 북소리로 다가와
손목을 잡는다
'떠나라 '떠나자 같이 떠나자'
달콤하게 귓전을 핥는다
목숨이 백골마냥 푸시시한
어둠의 지하실에서
마지막처럼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
그대는 꽃다발을 들고
파시스트의 장화처럼 나타나
아직 한 곳도 거치지 않은 숫폭풍처럼
휘몰아친다.
出口를 찾지 못 하고
비탈에 서 있는
저 가녀린 그림자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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