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사진, 전기가 나가니 오랜만에 촛불 켠 저녁을 ㅡ
<태풍 전야>
ㅡ 이선
방구석에 숨어 있더니
쌀통으로 들어 간 생쥐
발이 이십 개도 넘는 노래기와 지네
엄지보다 큰 바퀴와
유유자적한 개미와 거미 가족,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고
몸에 문신처럼 존재를 새겨 놓고 사라지는
미확인 생물체들 다수,
밤새도록 창문을 두드려대는 태풍,
그들의 영역 속에 나도 포함된다
은유와 패러디의 메타포가 아닌
의인화된 생명들과의
공동체 생활,
협동 조합.
그대가 아는 나
내가 아는 그대,
내가 아는 나
아무것도 아무것이 아니다.
물기 없는 저 갈색 곤충의 등껍질처럼
한없이 미세해지면,
미친 바람도 그냥 지나치리라
태풍은 바짝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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