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
ㅡ이선
뭉클, 哀憐이
노을처럼 번지는 저물녁
마음도 함께 물들어
길에 나선다
서쪽으로 햇살이
사선으로 눕고,
골목 안 담장 너머로
노란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할 때
고등어를 굽고, 된장찌개를 끓여
둥그런 식탁에 앉아
달그락거리는 숟가락 소리와 함께
식구들과 저녁밥을 먹고,
긴 하품을 하며 이불을 펴기 시작할 때,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강변으로 나가
두 팔을 힘 차게 흔들며
저녁 운동을 나갔다가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달며
호들갑이나 떨어야 할 때,
혼자 길에 나선다
길의 끝은 어디일까
캄캄한 어둠이 서서히
길을 감추고
온몸이 움츠러드는
두려움과 망설임을 안고
길에 나선다
삶의 꼭지점을 지나도
여전히
치명적 어둠 속으로
혼자 나서는
이 길에
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