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남자, 김수영>
밭에서 풀들과 전투를 하다보면
풀의 연대와 인해전술에 굴복하고
풀의 교묘한 생존 전략에 감탄하다 보면
내 사고의 회로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처럼
내장된 김수영 시인이
비번처럼 화면을을 연다.
풀은 풀의 정체성을 잃고
나도 내 생각을 상실하고
모든 풀은 그의 '풀'로
변환한다.
힘 없고 끗발 없어도
질긴 생명력의 민중으로
의인화된다.
풀의 성전환자, 김수영.
*김수영의 '풀'은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잡초의 사전적 의미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불필요한 식물들'이다'
또는 의도적으로 심지 않은 식물은 억울하게(?) 다 잡초가 된다.
풀을 뽑다 보면 그 어떤 식물보다 번식력이 뛰어남에 감탄하고
저절로 김수영 시인의 시 '풀'과 연관지어진다.
풀에 관한 한 김수영 시인의 작품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