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수박

sunnyyoung 2013. 12. 12. 11:33




축구공같이 둥글고 묵직한 녹색 수박을 담은
비닐끈의 통증을 느껴 본 지가 언제인가

수박같이 똥그랗게 둘러앉아
검은 번개무늬의 가운데를
반으로 쩍 가르고, 또 반으로 가르고 갈라
빨간 삼각자같은 수박의
까만 씨를 투투 뱉으며 먹어본 적이 언제인가

뿔뿔이 흩어져
제각기 사는 세상

그리워 할 여가나 없거나
그리운 사람 하나 없는
꿀꿀한 세상살이

상추,깻잎, 부추,감자,고구마,
함께 나누어야 존재감 있는 식물들.
텃밭의 여기저기에서 삐죽삐죽 솟아나
가까운 이들의 부재를 새삼스레 부각시키는
텃밭의 소채들 앞에서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의 남자, 김수영  (0) 2014.04.16
봄눈  (0) 2014.03.31
제주 바람, 시월  (0) 2013.11.21
한림항 저녁 노을  (0) 2013.10.13
호박  (0) 201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