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으로 떠나기
-캄보디아에 가다
세상 밖의 누군가에게
이유없이 머리채를 잡힌 듯
왠지 억울하고
암담할 때는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나보다 더, 훨씬 더,
서러운 이들이 많은 곳으로
더 사실적으로
캄보디아 똔레삽 호수나
앙코르 왓트 킬링필드 해골탑
재래 시장, 아니 그 어디를 가도
희망의 씨앗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의 역사와 남루한 현실
두 끼의 밥을 살 수 있다는
원달러를 구걸하는
때에 절은 맨발의 어린 슬픔과
절망들을 만날 수 있다
그 곳에 가면
오래도록 잠 못 이루며 뒤채던
고독이나 눈물
어깨를 누르는 힘겹던 삶이
얼마나 행복한 투정인지,
얼마나 눈꼽같이
하찮은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자기에게만 향하던
혼자만의 세상으로 부터
성곽같이 견고한 아집과 이기심으로 부터
천천히 걸어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사는 것이 자갈밭을 걷듯
주저앉고 싶을 땐
떠나야 한다. 나로 부터
멀리, 좀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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