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친 날씨 같으니,
밤새도록 탱크 이동하는 소리를 내며 바람 불고 비 오더니 지금도.
키 큰 나무들의 허리가 꺾일 듯 흔들린다. 뿌리 뽑혀 죽을 것 같은데도 바람이 그치면
용케도 아무 일 없던 듯이 살아낸다.
식물의, 풀의 생명력은 인간을 훨씬 능가한다
앞마당, 텃밭에서 서식하는 불청객들에게 항복한 지 오래 되었다.
좀 남겨주면 먹고 아니면 말고,
거기다 두 손 두 발 든 생명체는 개미들이다.
쬐깐한 것이 소리도 없이 구물거리며 새로 올라오는 새 순에다 진딧물을 물어다 키우면서,
옹기종기 모여 단물을 빨아 먹으며 나무나 꽃을 고사시킨다.
과일 나무가 익으면 어떻게든지 구멍을 뚫고 들어가 먹어 치운다.
그것도 맛있게 익은 순서대로.
바퀴보다 지네보다 더 얄미운 애들이다.
비가 오니 음악도 평소보다 달달하다
커피를 볶으니 향기가 문 닫힌 방 안을 구수하게 채운다.
그러나 좀 무기력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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