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막일기

농막일기, 4 -흙과 노동과 삶의 본질에 관한 의문

sunnyyoung 2010. 1. 21. 21:37

 

 

  -나의 잡기장에서 인용-       

포르투갈 투어를 하루에 마치고 스페인으로 넘어오다.

감격이다.

 

처음 프랑스를 여행했을 때도 이런 감정이었다

그 묘한 승리감같은 것. 나의 능력과 나의 의지, 열심히  잘 살았다는 안도감과 만족감같은 것과 함께. 

나의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코딱지처럼 붙어있는 또 하나의 자신감 없고 별 존재감없는

내가 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일을 때때로 과감하게 행할 수 있는 반동으로 작용한다.

이 긍정적인 열등감의 역설이랄까 삶이 힘들고 지루하고 또 너무 고독하다고 느껴질 땐  무조건 짐을 쌌다.

그 결과로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나라 스페인! 또 왔다. 드디어.

 

스페인에서의 첫날, 우에바라는 도시에서 하룻밤을 자다. 옛날 귀족들의 성이었다는

고성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  ' AYAMONTE PARADOR HOTEL'  숙소에 여장을 풀고 밖을

바라보니  저물어 가는 저녁의 어스름 속으로 멀리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아련한

황혼의 눈물나는 풍경 아래로 강물이 흐른다.하얀색 담으로 둘러싸인 집들과 흰색 성당이

어울려 그림처럼 영화처럼, 꿈결처럼, 나의 지금 이 현재가 현실같지 않은 몽롱한 감정을 

닮은 듯한 장면이 펼쳐져 있다. 종탑을 올려 비추는 조명이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저녁의

색채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국의 밤 풍경이다. 셧터를 눌러 댄다.  아! ~~~

그러나,

 

이미지는 허구다

풍경은 이미지다. 삶의 통증이 제거된 왜곡이다.

실체를 닮은, 그러나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 사진같이. 문득

지난 날도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나는 이런 허구의 이미지를 좆아 온 삶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늘 내가 처한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나의 삶.

내가 추구했던 아름다운 삶이란 것이 이 아름다운 풍경처럼 이미지에 불과한 것들은 아니었을까?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우리의 삶의 본질은 그저 지루하고 누추하고 무의미한 한 덩이 쓴 알약일 뿐인데

그 껍데기에 묻은 표피적인 것만 보고 그것이 진짜로 내가 닿아야 할 삶의 정수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맞다. 사실 그랬다.

어둠 속에서 아름답고 화려하게 빛나는 허황한 불빛을 찾아 윙윙거리고 있는 것일까 시방 나는?

 

맞다. 그렇다.

 

나의 잡기장에서 묵은 여행기를 인용하는 것은 내가  강원도 땅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나라를

여행할 때에 느끼는 흥분과 희열을 맛 본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번 갈 때마다. 그리고 천지 가득 

이름 모를 풀꽃들과  푸르른 숲,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폐부 깊숙히  차가운 냉수 한 잔을 붓는 것  

같은 맑은 공기, 그러나 한없이 불편한 그 곳에 가면  일견 배부른 매화타령같은 내 삶에 대한  불안

과 고독이나 방황 따위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는 점 때문이다.

 

노동의 카다르시스. 너무 현학적인가? 분주하게 뭔가 일을 하고 나면 아무 생각할 겨를이 없다

단지 따뜻한 구들장에 불을 지피고 누워 쉬고 싶은 생각 뿐

육체를 고단하게 하는 것. 똥덩어리같은 육체가 한가하면 구린내나는 생각에 둘러싸여 마음의 

평화를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극단적인 깨달음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