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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대로의 석양, 차 안에서>
"대체로 장사치들의 사귐은 이익으로써 하고, 체면을 차리는 양반님네의 사귐은 아첨으로 하는 법이거든.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사이일지라도 세 번만 거듭 부탁하면 틈이 벌어지지 않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오래 묵은 원한이 있더라도 세 번만 거듭 선물하면 친절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지. 그러기에 이익으로 사귀는 것은 계속되기 어렵고, 아첨으로 사귀는 것도 오래 가지는 않는 법이야.
대체로 커다란 사귐은 얼굴빛에 있지 않고, 아주 가까운 벗은 친절이 필요하지 않은 법이지. 오로지 마음으로 사귀며 덕으로 벗할지니, 이게 바로 '도의(道義)의 사귐'이야. 그러면 위로는 천 년 전의 사람을 벗하더라도 멀지 않을 것이며, 만리 밖에 떨어져 있더라도 소외되지 않게 되지."
-예덕선생전 중에서
<예덕선생전은 연암의 초기 작품으로 양반들의 허욕과 위선을 풍자한 소설이다 .분뇨를 쳐서 나르는 엄행수라는 인물을 통해 사는 모양은 어리석은 듯이 보이고 하는 일은 비천한 것이지만 타고난 분수대로 즐겁게 사는, 하는 일은 불결하지만 그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그가 처한 곳은 더러우나 의를 지킴은 꿋꿋하니 엄격한 신분 사회였던 조선 시대의 천민인 그를 예덕선생이라 부르며 삶의 한 전형과 인간관계를 그린 작품.>
*연암 박지원
뛰어난 문장가이기 이전에 만년 우울증 환자였으며 서른이 되기도 전에 머리카락과 수염이 하얗게 세어버린 청년이었고 가난때문에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했던 연암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진보적인 사상과 파격적인 문체, 사리사욕과 이념에 지배된 지배층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깊이있는 사유와 시대를 꿰뚫는 통찰로 당시 사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던 철저한 아웃사이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철학 등 다방면에서 시대와 타협할 수 없는 독특한 사유를 펼친 위대한 사상가. 실학의 거두.
* 알면 알수록 빠져들게 되는 연암 선생의 유머에 관한 일화*
연암이 양양 부사를 그만두고 돌아와 이웃들과 자리를 함께한 자리에서 다스리던 고을의 봉록의 많고 적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양양은 어떻더냐고 물으니 연맘은 "1만 2천냥 받았소이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자세히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
"바다와 산의 빼어 난 경치가 1만냥은 되고 녹봉이 이천냥이니 넉넉히 금강산 1만 2천 봉과 겨룰 만하지 않소!" 라고 답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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