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동호회 정모 발표를 위해 듀엣 연주 연습 중 녹음한 곡 'Sail Along Silvery Moon'>
대충 썰어서 적당히 양념한 오이무침, 그래도 사진상으론 맛있어 보이는 오이무침을 담다가 든 쌩뚱맞은 생각.
아래 두 개의 그릇에 담긴 오이무침 중 어느 것이 더 많을까요? 당연히 밑에 있는 접시가 많아 보이죠?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로
시작하는 T.S 엘리엇의 황무지가 생각나는 4월이 이제 곧 옵니다. 엘리엇은 왜 만물이 새생명을 얻는 봄의 시작인 4월을 잔인하다고 했는지?
4월이 잔인한 것은 겨울잠을 자듯 존재에 대한 의식이 마비되어 더 이상 진정한 삶의 꽃을 피울 수 없게 된 인간을 뒤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라 합니다. 더구나 봄에 피어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대향연은 현대 문명 속에 갇힌 황무지같은 인간 존재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부각시키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우리는 뜻도 모르고, 5부로 된 긴 시 全文도 읽어 보지 못한 채 4월과 함께 떠오르는 이 근사한 표현만 기억하고 있죠. ㅎ
질문 자체에 이미 말하려는 내용이 짐작되죠? 똑같은 양을 두 개의 그릇에 담아봤습니다.
음식을 해서 그릇에 담을 때마다 늘 느낍니다. 넓은 그릇에다 요리를 해서 그릇에 옮겨 담으려 할 때 양이 많아서 작은 그릇에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큰 그릇을 찾다가 없을 때 그냥 작은 그릇 두 개에 담자 하고 오목한 그릇에 담으면 한 그릇에 다 담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가 자주 있죠.
겉만 보고, 또는 일부만 보고 미리 그 대상의 깊이와 질을 예단하게 되는 우리의 착시가 삶의 전반에 걸쳐 얼마나 많이 일어날까?
사소한 것들에 대한 착오가 확장되면 얼마나 수많은 오류들이 애꿎은 상황을 만들어 내고 그에 따라 세상 모든 것들의 운명이 달라질까 하는 데까지 미칩니다.
씹으면 오도독오도독 맛있는 소리를 내는 오이무침으로 식사를 하면서 생각이 좀 멀리 간 것 같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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