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이 붙은 아궁이 모습>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 와야지, 절대로 혼자 오지 말아야지,그런데 저 괴한은 이 춥고 캄캄한 밤중에 왔으면 액션을 취하지 않고 왜 저렇게 불빛만 깜박이고 있는걸까? 귀를 세우고 가스토치를 써야 할 순간을 아무리 기다려도 규칙적으로 불빛만 켰다 껐다를 반복할 뿐 움직이는 기색이 없었다. 음 그렇다면? 정신을 가다듬고 방구조와 상황에 대한 것을 정리할 여유가 생긴다.누운 위치와 문의 위치, 불빛의 위치를 보니 불빛이 문쪽이 아닌 벽쪽에서 깜빡인다 .아니? 비로소 일어나 확인하니 냉장고 위에 핸폰충전기에 폰을 충전시켜 놓은 것이 신호를 잡느라고 규칙적으로 깜박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발자국 소리는 산에서 내려온 고라니나 노루 등의 짐승 발자국 소리? 휴~~~~~~~~~~!!!.
정말 짧고도 긴 시간이었다.
전에 주차장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보다도 더 공포스러웠던 순간이었다.강도는 있는거 다 주고 잘 달래면 된다는 판단을 순간적으로 하고 그렇게 해서 돈과 기타 등등을 빼앗기긴 했어도, 이처럼 상대의 의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폭력대 폭력의 방법, 가장 자신없는 방법 밖에는 대안이 없는 경우였기에.
다음에는 혼자서는 안 온다는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는데, 함께 갈 사람 없어도 또 가고 싶다.
예쁘게 나무로 격자 창문을 짜서 달아 놓고 왔는데 그 문을 통해서 황량한 겨울숲을 바라보며
따끈한 방바닥에 누워 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책 읽고 글 쓰고 싶다.
산 속에서
-나희덕-
길을 잃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 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 속에서 밤을 맞아 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 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을.
Oblivion, Astor Piazzoilla
'농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막일기 9, -채소나 과수 심기에 관한 이야기, 첫번째 (0) | 2010.02.01 |
---|---|
농막일기,8 -이사벨라 (0) | 2010.01.30 |
농막일기, 6 -한밤중의 공포 (0) | 2010.01.27 |
농막일기, 5 -주먹구구가 가져 온 아픈 이야기 (0) | 2010.01.23 |
농막일기, 4 -흙과 노동과 삶의 본질에 관한 의문 (0) | 201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