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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시 '雪景(설경)' ㅡ 황지우

sunnyyoung 2014. 1. 28. 15:58

 <묵은 사진첩에서>

 

   <설경>

                     -황지우

 

날 새고 눈 그쳐 있다

뒤에 두고 온 세상,

온갖 괴로움 마치고

한 장의 수의에 덮여 있다

때로 죽음이 정화라는 걸

늙음도 하나의 가치라는 걸

일러주는 눈밭

살아서 나는 긴 그림자를

그 우에 짐 부린다 

 

눈이 오면 저녁의 귀갓길이나 아침의 출근길을, 세차한 자동차를 걱정하는 세월이 된 시대.

황지우시인은 눈 덮인 풍경을 늙음과 손 잡고 있는 죽음을 덮은 한 장의 '수의' 라고 하네요.

 

온갖 삶의 괴로움과 함께 소멸할 육신을 하얗게 감싸 정화시키는 흰 모시천 같은 설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