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복사꽃 핀 봄날 저녁>
<비 온 뒤>
연 이틀 미친 듯이 비바람이 불더니 텃밭 양지 쪽에
먼저 핀 흐드러진 복숭아꽃이 거의 다 떨어졌다.
긴 겨울을 견디고 잔잔한 위로와 기쁨을 주던
아스라하니 짧고 애전한 봄꽃의 슬픔과 함께, 대신
앞마당 큰나무 사이에 절로 나온 구부정하고도 빈약한 복숭아 나무가
좀 늦게 피어 봄저녁의 안마당을 밝힌다.
살아있는 것엔 우열이 없다. 제 때 자기 자리에 놓일 수만 있다면.
제레미 리프킨의 시각인가 김소월의 시각인가에 따라 천양지차의
차이를 갖는 것처럼.
다시 노동의 시간이 왔다.
온통 풀로 뒤덮힌 텃밭 사이로
쑥이며 달래, 미나리,부추 등이 벌써 수북이 올라와있다.
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제 힘으로 살아나오는 저 생명력
한 바가지 따다가 무쳐도 먹고 쌈도 싸먹는다.
보약이나 진배 없는 저 봄의 정수를 몸으로 받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같아 억지로라도 먹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ㅎ
환한 햇살 아래 묵은 빨래들을 해서 널고
대청소도 하고, 풀도 뽑고, 무우씨랑
산책길에 받아 둔 꽃씨도 심고
오일장에서 사온 봄꽃도 심는다.
해가 갈수록 봄을 맞이하는 마음이 점점 더 간절해진다.
봄!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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