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1월

sunnyyoung 2010. 1. 21. 22:20

 

 

 

 

바람 없는 허공에서

마음의 빈 들판으로 난분분 낙엽이 쌓인다

 

떨어지는 것들의 비장함으로

            뜨거운 순댓국에 숟가락 두 개를 꽂고 싶은 달 

기나긴 겨울을 견디기 위하여 

도끼날을 벼려야 하는 달

십일월, 생일달 

 

언젠가 한 친구가 했던 말,

생일을 기억하겠노라고

끝끝내 마음에 품고 가겠노라고

 

생각하면,

차가운 십일월 하늘의 햇살 같기도,

겨울 땔감으로 가득 찬 곳간 같기도,

 

 

그러나 아무것도 아니다.

친구는 그저 어딘가에 존재할 뿐

소주 한 잔, 밥 한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란 

메밀묵처럼 쉽게 뭉그러지는 것이지만.

고작

말 한마디에 빈 창고가 꽉 차고

            햇포도주 한 병을 선물 받은 것처럼

눈시울에 취기가 오른다.

 

형체 없는 무위(無爲)의 것들이   

갈꽃처럼 내 안에서 펄펄 날리는

11월. 

 

 


 

 

 

                                    <방에서 바라 본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가 검은 먹구름에 덮인 신비로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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