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세탁소 앞을 지나다가

sunnyyoung 2010. 2. 17. 00:20

 

 

 

 

인생이 아무생각 없이 퍼버리는

똥바가지를 맞은 것 같은 날

 

느닷없이 인생에게 따귀를 맞고

형편없이 구겨져서 기분 더러운 날 

세탁소 앞을 지나다 보니

 

증기 다리미 밑에 펼쳐 놓은

구겨진 세탁물들이

눈 깜박할 사이에

순백으로 정갈하게 다시 태어나

옷걸이에 반듯하게

와이셔츠가 걸린다

  

얼룩 지고 손 때 묻은 후줄근한 양복도

지옥같은 뜨거움을 견디고 나면

새파랗게 날이 선 

근사한 수트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운 

생활의 누추한 흔적을

드라이클리닝할 수 있다면

 

펄펄 끓는 증기 속에

알몸으로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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