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아무생각 없이 퍼버리는
똥바가지를 맞은 것 같은 날
느닷없이 인생에게 따귀를 맞고
형편없이 구겨져서 기분 더러운 날
세탁소 앞을 지나다 보니
증기 다리미 밑에 펼쳐 놓은
구겨진 세탁물들이
눈 깜박할 사이에
순백으로 정갈하게 다시 태어나
옷걸이에 반듯하게
와이셔츠가 걸린다
얼룩 지고 손 때 묻은 후줄근한 양복도
지옥같은 뜨거움을 견디고 나면
새파랗게 날이 선
근사한 수트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운
생활의 누추한 흔적을
드라이클리닝할 수 있다면
펄펄 끓는 증기 속에
알몸으로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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