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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관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미당 서정주

sunnyyoung 2015. 2. 6. 22:31

 

 

 

                 <제주는 어디에 서 있어도 한라산이 보인다. 일이 있어 제주에 갔다. 제주는 아직 춥다. 

                   여행자 모드로 일주일 머물면서 올레16코스와 거문 오름이랑 박물관이랑 ... 다녀오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미당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 철 전에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거울에 붙여 두고 가끔 쳐다보던 시입니다.

 

이별이라도 영이별은 아닌, 내세라도 기약하고

만나러 가는 마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마음,

엊그제 만난 것이 아니라 한 두 철 전에 만나고 가는 심상이란

아프고 괴로운 마음 아니라,

뜨겁게 설레고 두근대는 마음이 아니라,

담담하게 마음의 거리를 둘 수 있는 달관의 경지겠죠.

 

이런저런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벨리니, Fenesta che (ca) lucive (불꺼진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