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테이블에 앉아

바람부는 밤, 자다 일어나 횡설수설 ㅡ관계 맺기에 대하여

sunnyyoung 2015. 7. 24. 04:11

                <짙은 해무에 싸인 한림항 방파제의 Misty한 바다 풍경>

 

 

 

 

 

               

태풍 '할롤라'가 다가오는 제주는 하루종일, 밤중까지도 미친듯이 바람이 분다.

 

하루종일 귓전에 울리는 키 높은 야자수이파리들이 부딪치는 소리,

뿌리가 뽑힐 듯 구십도가 넘게 흔들리는 나무들이 비벼대는 비명 소리

태풍이 연속으로 지나가는 제주는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로 귓 속이 쟁쟁하다.

마을의 정적을 깨는 소리라곤 주로 아침의 경운기 소리나 새들의 지저귐 정도인데

거기다 바람소리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날엔 마음도 무력해져, 초저녁부터 잠을 청했다가 결국 잠이 깼다.

잠을 깨는 순간, 창밖에는 붉은 가로등 빛에 컴컴한 그림자가 비자나무 위에서 춤을 춘다.

폭풍의 언덕에 드라큐라가 출몰할 배경으로 딱이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날엔 책을 읽거나 글이나 쓰면 딱 알맞은 날이다.

되지도 않은 잡문이라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진공의시간, 새벽 3시 12분.

 

사회생활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관련된 사람들과 선택의 여지없이 관계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의도치 않은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니, 

혼자 견딜 수만 있으면 사람과의 관계를 맺지 않으려는 생각의 저변을

일종의 심리적 질환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진단한 바이지만

이 질환에 대해서 또한 스스로 교정해 보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가 이루어지려면, 우선 생각의 코드가 맞아야 하고,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는 인간적 매력과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될 때까지 서로에게 상식과 예의를 잃지 않는 것.

가장 중요한 부분, 계산하지 않고 순수한 관계를 유지 하는 것.

이런 전제가 어느정도 충족되어야 오래 갈 수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대상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렇게 만들어 가야 하는건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은 아닌지...

 

그런데 심리적으로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라도 혼자서 버틸 수만 있다면, 그 상황에서

견디는 능력을 기른다면, 이는 천군만마를 가진 장수와도 같은 강력한 능력이 된다.

그런 내공을 길러야만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혼자 즐길 수 있는 수단들, 가치 있고 의미있는 것이 아니어도 

자기 취향과 능력에 맞는 것을 모색하고, 모색이 끝나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

반복하면 할수록 성취감과 함께 자신의 저력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오래도록 싫증내지 않고 지속할 수 있어 더더욱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