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장날이다
장날 거리에 녕감들이 지나간다
녕감들은
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쪽재피상을 하였다
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
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
돌체돋보기다 대모체돋보기다 로이도돋보기다
녕감들은 유리창같은 눈을 번득거리며
투박한 *북관말을 떠들어대며
*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
사나운 즘생같이들 사러졌다
*학실:'돋보기'의 평안 방언
*북관: 함경도
*쇠리쇠리한':눈부신'의 평북 방언
건장하고 숫컷 냄새 물씬 풍기는, 생활력 강한 북녁의 사내들이 황소라도 몇 마리 사러 나와,
함경도 사투리로 방금 보고 온 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고 있을 것같은, 실제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옛날 북녘의 장날 광경이 눈에 선연하게 그려집니다.
백석의 시 중에 좋아하는 시 중의 한 편이죠.
그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시절의, 우리로선 결코 만나볼 수 없는 북녘의 전통 민속과 생활이 있는,
글로 쓴 그림입니다.
1935년에서 1948년 사이에 발표된 시들이니 그 시절에 로이드 안경은 미국의 희극 배우 로이드가 쓰고 영화에 출연한데서
유래한 안경 이름이랍니다. 그런 멋진 안경들을 쓴 북녁의 사나운 즘생같은ㅡ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어려운 ㅡ
강인한 기가 넘치는 사내들이 연상됩니다.
<가곡 '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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