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굽은 나무.2

sunnyyoung 2018. 5. 27. 13:17

 

 

 

 

<굽은 나무.2>

                          ㅡ 이선

 

나무를 잘라냈다

 

아치 모양 굽은 가지에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휘어진 가지로 그늘을 드리우기도 해

휘어짐이 가끔 쓸모있기도 했지만

이웃 나무들로부터 툭 삐져나와

바람이 불면

기댈 곳 없이 흔들리는

나무의 몸부림을

안쓰럽게 지켜보다,

 

밑둥에서부터 휘어져 올라 온 나무

굽은 나무의 피할 수 없는 저 고독이

내 것인 양, 

 

오늘, 휘어진 가지에 톱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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