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테이블에 앉아

저무는 시절의 가을, 나름 잘 놀기

sunnyyoung 2019. 11. 3. 19:28






눈 부신 가을이다.

비바람만 불지 않으면 제주의 가을은 황홀, 그 자체이다.

따사로우면서도 맑고 푸른 날에 방 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뜰로 나가 연장을 챙긴다. 목공 실력이 좀 더 좋아져, 전보다 과감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옷장도 다시 만들었다. 그것도 정식 좋은 나무가 아닌, 굴러 다니는 자투리 나무를 이용해서 직접 만들어 얼마나 흐믓한지...

사진에는 다 안 나왔지만, 작은 테이블도 만들고, 평상도 만들고, 안거리 옷장 문도 만들어 붙였다.

자투리 나무가 아닌 정식 재료가 주어진다면, 웬만한 것은 그럴 듯하게 잘 만들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9년차인 제주집을 다시 손 좀 보았다.

내가 기거하는 밖거리를 좀 더 쾌적하게, 목수 불러 과감한 투자를...ㅎ

그리고 남은 재료들로 소소한 것들은 직접.


청량한 가을 햇살을 등에 지고 뚝닥거린 것들의 사진이다.

굴러다니던 고재를 그라인더로 갈고, 허브올리브 오일을 바르니 멋스럽다

게다가 담장에 덩굴을 걷어낸 것으로 장식품도 만들었다.

한 개씩 완성되면 가만히 앉아서 흐믓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다음날 할 일을 생각한다.

사람과 섞이지 않고 혼자 하는 작업이 내겐 안성마춤이다.


저물어가는 나의 시절들,

빈한한 감상으로부터 이젠 완전히 벗어난 것 같다.

냉철한 이성만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판단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많은 성찰 끝에 비로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의 무의미함을 깨달았다.

보통의 평범한 인간의 생각이나 일상이 무슨 힘이 있는가, 그저 자위의 수단일 뿐.

내 자신이 슬프지만 객관적이고도 정확하게 타인을 보듯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마당가를 부지런히 기어가는 한 마리 개미와 뭐가 다를까?


나이가 드니 미래를 위한 준비도, 현재의 무엇인가를 위한 목적도 없으니

그야말로 즉흥적인 삶이다. 허전하지만 완벽한 자유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