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테이블에 앉아

12월에 혼자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성수동 쓰다>에 기고

sunnyyoung 2019. 12. 14. 00:36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준다"
ㅡ 알랭 드 보통

인디언들은 '무소유의 달', '침묵하는 달'이라고 부른다는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은 누구에게나 만감이 교차하는 달이겠지만
12월을 맞이하는 일이 60년을 넘어 70년이 가까와지는 자의 쓸쓸함은 더욱 각별하다.
누구나 맞이할 것이지만 동시에 함께 느낄 수는 없는 것이기에 더욱,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반드시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일깨워 주기도 하는 달, 12월이다.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이 으슬한 연말의 寒氣와 들뜬 분위기가 싫어
12월이 되면, 따뜻하고도 먼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난다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닌, 잿빛 겨울의 우울로부터의 탈출이다.

나이 든 사람의 여행은 젊은 사람들의 여행과는 의미가 다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고 숙소를 정하고, 정보를 수집해서 떠나는
이 용감한 여행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함께, 그리 멀지 않은 언젠가는
이 여행을 할 수 없게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공존한다.


인생의 통과의례를 거의 다 거친 사람에겐 삶의 목표나 가치에 대한 물음이 의미가 없다.
지나간 시간들을 반추하며, 지금 현재를 어떻게 잘 보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뿐이다


보내버린 시간과 새로 다가오는 시간들에 대한 상념이 마음을 때리는 12월

여행을 떠나면 이 모든  상념들로부터 잠시 작별하고, 새롭게 돌아올 수 있다,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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