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것들은 무엇일까요?
비에 젖은 거미줄입니다 거미줄이 매우 교묘합니다 왼쪽 밑으로 큰 허당을 만들어 먹잇감이 무심히 드나들 수 있게 짜놓았네요.ㅎ
먹던 김치를 밖에 오래 두었더니 이렇게 작업해 놓았네요. 녀석들이. 김치의 환골탈태!
미친듯이 타오르는 정념을 추상화로 그린 것 같은 이것은 아궁이에서 불붙고 있는 장작불입니다
오랜만에 농막에 다녀 왔습니다.
가을은 자연 속에서 더욱 빛나는 계절이고 더욱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때죠.
아무도 돌보지 않는 농막의 앞마당은 코스모스가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피어 있고
여름내 쏟아진 폭우를 이겨낸 고추와 호박과 고구마가 빛깔을 잃어가는풀 속에 덩그마니
작고 빈약하지만 살아 남아 수확의 기쁨을 줍니다.
세상은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란듯 사람의 발자취가 별로 닿지 않은 땅의 곳곳에 살아있는 것들이 생생한 징표를 보여 줍니다.
접시에 놓인 김치의 변신은 우리가 볼 수 없어 부재하는 존재를 증명하듯
세상에 잘 보이지도 않고 존재감도 없는 미미한 것들에게 저렇게 왕성한 생명력이 있음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삶 속의 작고 소중한 것들을 수없이 지나치며 살고 있겠죠.
또한 내 안에 아직 말하지 못한 것들, 당신이 미쳐 전하지 못한 생각들,
내게 존재하는데 타인에게 부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저렇게 안에서 삭고 있겠죠
첫 번째 사진, 비에 젖은 거미줄입니다
처마에서 부터 자두나무까지 한 2미터정도의 길이로 길게 줄을 치고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중간 지점에다 실을 짜고 밑으로
자연스럽게 비워놓은 둥근 원 속으로 붉은 코스모스꽃이 보이는, 똑똑한 건축을 했네요
거미줄은 똑같은 굵기의 강철과 비교했을 때 강철보다 20배 강한 것도 있어서
이런 거미줄을 연필 굵기만하게 만들면 날아오는 미사일도 막을 수 있답니다.
몸통의 색깔이원색적으로 화려한 무당거미가 쳐 놓은 줄에 잠자리가 걸렸습니다 꽁지부터 먹기 시작하네요. 자연의 살생은 생존의 필연적인 몸짓. 함정에 걸린 잠자리가 발버둥치지도 않고 그냥 얌전히 있네요.
생존의 순리를 이미 다 알고 있나봐요.
<화려한 옷을 입은 무당거미의 만찬 모습>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등짝을 뜨끈뜨끈 데우거나 그 반대편을 더욱 춥게도 할 농막의 구들장 아궁이,
그 화려하고도 맹렬하게 타오를 불길 앞에 앉아.
올겨울엔 누군가와 군불을 지피며 함께 따스함을 나눌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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