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뿌린 코스모스가 아무데서나 멋대로 피어 있다. 인공적인 멋진 조경은 도시에서 질리도록 많이 보니까 야생의 느낌이 좋다>
통상 서울이나 도시에서 살던 외지인이 낯선 농촌에 들어가면 현지인과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그와는 달리
나의 농막 주변은 현지인은 없고 전부 서울에서 땅을 사가지고 주말마다 내려 오거나 아예 그곳에다 집을 짓고 거주하
는 경우이다. 세상에! 사람과의 관계 맺는 일에 서툴고 혼자놀기 좋아하는 내게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맞는지 안
맞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땅이 서로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끔씩 쉬러 갈 때마다 함께 어울려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곳에 땅을 사 가지고 들어온 사람들은 목적이 다르다. 정년퇴직하고 들어와서 농사 짓고 살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지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땅을 편리하게 도시적으로 변화시키고 농사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쳐서 소출을 극대화하는데에만 신경을 쓴다. 크게 아름답다고 말할만큼의 경치는 없지만 참개구리 도룡농
이 알을 낳고 자연스러운 시냇물이 흐르는 흙길과 나즈막한 산과 숲이 있는 조촐한 곳이었다. 처음 내가 그곳에다 멋모르
고 땅을 샀을 때는. 투자가들이 들어 온 이후로 그곳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시멘트 덩어리로 개울 바닥을 복개하고- 오히려
더 불편하고 보기도 흉물스럽다- 자연스러운 개울가장자리를 인공돌로 도시의 개천처럼 쌓고...등등 한 사람은 온동네를
휘집고 돌아 다니며 산에서 소나무나 특이한 나무가 있으면 파다 자기 집에다 심고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개울의 큰 바위를
자기네 마당에 옮기고 남의 소유지에 있는 유실수며 소품들도 무작정 옮겨 놓는다 . 그외에도 여러가지 파괴를 하고 있다
파괴는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다.
물론 귀농이나 귀촌은 제각각의 개인적 현실적 사정에 따른 여러 상황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불편해서 자연이고
최대한 자연의 생리대로 자연의 맥박에 맞추어 사는 것이다. 도시를 포기하고 들어온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온 것은 아
닐 것이다. 삶으로부터의 안식, 삶의 긴장으로부터 벗어나 타고 난 본성대로 천천히 살기 위하여, 타인과의 이해 관계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기 위한 것이다. 도시처럼 편리하게 살고 싶다면 그냥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
주변이 잡초 하나 없이 잘 가꾸어진 가운데 나의 밭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는 폐허를 방불케 하는 풀과 억새와 들꽃들이
제멋대로 자라 어지럽다 . 그러나 제초제나 농약을 쓸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는 나는 잡초가 나의 친구로 공생의 대상이다
그로 인해 주변의 비난의 대상일 수도 있겠지만 게을러 땅값 떨어뜨리는 이웃으로.
또한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만들어져 회비를 걷어 개를 잡는다거나 술을 마시고 노는 행사도 있다. 처음 몇 번은
참석했으나 나와는 맞지 않는 모임이었다. 그냥 우연히 같은 곳에 땅을 소유하게 되었다고 이렇게 친하게 지내야 하나?
그저 이웃으로 예의를 지키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공동의 일이 있을 때 협력하고 자연스럽게 차 한 잔 , 밥 한끼 같이 먹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도 생각이 좀 맞는 경우에.
그 밖에도 상황들은 또 있다 . 인간이 모이면 으레 그러하듯,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로부터 나 스스로
왕따중이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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